내년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책임준공을 확약한 토지신탁 사업장의 시공사 교체가 쉬워지고 분양가 조정이 가능해진다.
신탁사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한 책임준공형 신탁을 억제하고 본연의 신탁 기능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 방침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이런 내용의 ‘책임준공확약 토지신탁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내년 1월2일 시행하기로 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지난 달 14일 발표한 ‘부동산PF제도 개선방안(11ㆍ14대책)’의 후속조치로, 책준 의무가 있는 신탁사의 업무처리 세부기준을 정한 규준이다.
무궁화신탁 매각설에서 불거진 책준형 사업장의 연착륙을 돕기 위한 신탁사들의 애로점을 대거 수용한 게 특징이다. 일례로 책준형 신탁사가 책임져야 하는 손해배상 범위만 해도 대출원금에 이자까지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대주단 입장과 달리 대출금융기관의 직접적 실제 손해액으로 한정했다.
먼저 책준 신탁사들의 시공사 교체를 원활화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신탁계약서에 시공사 포기각서 징구, 대출금융기관 협조, 신탁사 판단에 따른 추가공사비 집행 등의 시공사 교체 필요요건을 명시하고 필요한 경우 대출금융기관과 신탁사가 동의해 분양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신탁계약서 등에 규정토록 했다.
대신 신탁사의 책준형 사업요건을 강화해 신탁계약 체결 단계에서 준공 관련 필수사업비(토지취득, 공사, 인허가, 분양, 제세공과금, 금융 관련 비용 등) 확보 여부를 사업성 심의 때 점검토록 했다.
책준 의무 이행기간도 조정했는데 공기의 100분의 20과 6개월 가운데 긴 기간을 더해 이행토록 명시하고 시공사의 책준기한 연장 때 신탁사의 기한도 동시에 연장토록 했다.
반면 건설업계에선 이번 규준의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PF 책임준공 약정개선 요구는 외면한 채 금융당국이 자기 식구만 챙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책준 사업으로 인한 타격은 우리 건설사도 신탁사 못지 않은데, 건설업계가 요구한 책준약정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라며 “건설업 책준 약정은 내년 상반기 내놓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탄핵 정국까지 맞물려 더 늦어지지 않을 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리스크 증대로 인해 대주단이 대출 거절 또는 과다한 금리ㆍ수수료를 요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손해배상액을 한정하면 대출기관 입장에선 높아진 리스크에 상응해 금리ㆍ수수료 조정이 불가피해서다.
이에 따라 중소ㆍ중견건설사는 물론 신용도가 높은 대형건설사의 신탁방식 개발사업도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런 우려에는 기존 차입 위주의 개발사업을 지분투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정부 방침도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