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 미분양 주택 증가, 공사비 급등 등으로 건설업계의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대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가 109곳에 달하면서 시장에선 일부 중·대형 건설사의 부도설이 나돌 정도다. 실제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순위 58위의 신동아건설과 경남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 중견건설사 5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09곳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종합건설사 1.8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9곳)과 비교하면 30곳이 늘며 2011년(112곳) 이후 최고치다. 또 지난해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총 641건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5년(629건) 이후 최대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에 2가구를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6.5% 증가한 2만2,87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건설업계의 부채비율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채비율은 838.8%, 삼부토건 838.5%, 신동아건설은 428.8%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선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기면 위험 수준으로 보고 있다. 400%를 넘기면 잠재적 부실 징후로 판단한다.
건설업계에선 법정 관리를 신청하는 중소·중견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비율이 위험순위를 넘긴 한양산업개발(91위)과 이수건설(85위), 대방산업개발(77위), 동원건설산업(65위) 등이 거론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한양산업개발과 이수건설의 부채비율은 각각 820%, 817%다. 같은 기간 한양산업개발 부채비율은 전년(603%) 대비 217%p 급증했고, 대방산업개발과 동원건설산업의 부채비율은 각각 513%, 344%에 달한다.
지난해 부도난 건설사가 2019년 이후 최대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총 29곳으로 집계됐다. 이다. 이는 2019년(49곳) 이후 가장 많다.
부산의 한 중견주택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원자잿값 급등을 비롯해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공사 미수금까지 쌓이면서 당장 내일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다"며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은 157%로, 전년 대비 3%p(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 200%를 넘은 곳은 GS건설(238%), 롯데건설(217%), SK에코플랜트(251%) 등 3곳이다. 일부 건설사는 사업 확대 등으로 차입금이 늘어나 부채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나, 대부분 미분양이나 미청구공사 규모 등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10대 건설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9조5,93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전략에 따라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217%의 부채비율을 15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또 지난해 말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던 ‘D타워 돈의문’ 매각으로 약 1,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DL그룹은 호텔 부문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시장에 내놨다.
또 GS건설은 수처리 전문 자회사인 GS이니마를,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 폐기물 자회사인 리뉴어스 지분 75%와 매립장 매립 자회사인 리뉴원 지분 100% 매각을 각각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