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선안이 나온 지 2주일이 지난 가운데 분양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속된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부 사업자가 개선안에 따른 조건을 맞추려 작은 사업장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거나 사업 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로 인해 주택 공급 위축이 가속화하면서 시장 불안을 더욱 자극할 것이란 지적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에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개선안의 핵심은 그간 국내 부동산 PF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저자본 고보증’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데 있다. 현재 2~3% 수준인 시행사(디벨로퍼)의 자기자본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최소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으로 PF 사업 안정성을 높여 주택 공급 여건을 개선할 것이란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당장 장의 공급난은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자본이나 사업성이 부족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힘들고, 자기자본 비율 조건을 맞추기 위해 중소 개발업체들로선 소규모 사업장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PF 시장이 안정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불안정한 주택 공급 상황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분양 시장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계속된 고금리로 개발자와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경기 둔화도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건축ㆍ자재비 상승으로 분양가 오름세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PF 개선안까지 발표된 것이다. PF 시장 위축으로 앞으로 아파트 준공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5일 ‘2025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시장 위축에 따라 2022년 이후 착공 실적이 급감한 것이 내년 준공 물량 감소로 이어지며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건설업계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 10대 건설사 중 9개 건설사의 미수금 항목을 보면 미수금 총액은 약 17조6370억원이다. 지난해 말(16조9336억원)보다 7034억원(4.2%) 늘어난 규모다.
미수금은 공사를 마치거나 약속한 공정률을 달성하고도 발주처에서 받지 못한 대금을 말한다. 건설사로선 미수금이 쌓이면 부도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경영 사정이 나은 편인 대형 건설사의 미수금도 협력사에 공사비 결제 지연 등 부작용을 낳는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봐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만 전국에서 1만7262가구로 14개월 연속 늘었다. 신년 사업 계획 수립에 나선 건설사들은 내년 주택 사업을 보수적으로 짜기 시작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뚜렷했던 지난 8월 분양에 돌입한 대단지도 지방권에선 미분양이 속출한 상황”이라며 “경기 둔화와 미분양 리스크 등을 고려해 내년 분양도 극도로 보수적으로 수립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